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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에 근육 괴사까지…원인 불명 증상 시달리며 고통 나날 보내조계사·화계사·일일시호일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투크씨가 쓰러졌을 때부터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동료 잭씨는 한 달째 정성을 다해 투크씨를 간호하고 있다.

“형, 이제 그만 일어나. 어서 퇴원해야지.”

네팔 이주노동자 잭씨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투크씨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잭씨는 한동안 제대로 씻지 못한 투크씨의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주다 결국 밀려오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한 달 전부터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의리의 사나이’라 불렸던
네팔 출신 이주민 투크씨
복통·근육통 시달리다
경련 일으키며 쓰러져

근육세포 괴사해 녹는 등
원인불명 증상 추가 발견
한 달 새 병원비 900만원
대책 없는 상황 답답할 뿐

투끄씨는 현재 정확한 병명도, 원인도 알지 못한 채 1달째 병원에 입원 중이다. 병원 측은 처음장 쪽에 문제가 있다고 했고 다음은 근육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인지 아직 찾지 못했다. 지금도 투크씨의 몸은 하나 둘씩 서서히 나타나는 원인불명의 증상들로 뒤덮이고 있다.

네팔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투크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가족 모두가 당장 끼니조차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생활을 이어갔다. 투크씨와 가족들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집에 살아보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집에서 땅을 일구며 사는,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생활이 언제나 닿을 수 없는 꿈처럼 특별하게 느껴졌다. 생계는 점점 어려워지기만 했고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굶주린 가족들의 모습을 마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 투크씨는 19살이 되자 오직 돈을 벌기 위해 네팔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1992년 2월,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동두천에 위치한 양말공장에 자리가 났다. 투크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처음 받은 월급은 70만원. 차근차근 모아 빚을 갚아 나갔고 생활도 점점 안정됐다.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기숙사 근처 사찰에도 나갔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쉬는 날에는 함께 축구를 하며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이후 도금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약한 화학제품으로 인해 피부병이 끊이지 않았지만 월급이 배 이상 많았다. 그렇게 20년이 넘게 도금공장에서 밤낮없이 일했다.

고된 일상이었지만 투크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행복이란 걸 느꼈다. 하지만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지난해 12월 초, 원인 모를 통증으로 온몸이 떨려왔다. 눈앞이 멍해지는 일도 잦아졌다. 화학제품 등 위험한 물건이 많은 공장이었기에 몸이 나아질 때까지 회사를 며칠 쉬기로 했다. 단순히 복통과 근육통이라고 생각하며 집에 틀어박혀 몸을 추스르려 했다. 하지만 극심한 고통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길 며칠, 투크씨는 12월7일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마치 간질 증상처럼 온 몸이 마구 떨렸다. 다행이 한국에서 의지하며 함께 지내고 있는 동료 잭씨가 쓰러진 그를 바로 발견했다. 잭씨는 급한 대로 투크씨의 팔다리를 주무르며 몸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병원으로 급히 후송돼 전기충격 등의 치료를 받고 나서야 투크씨의 몸은 진정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췌장염과 위염 등의 증상이라고 했다. 이틀 후 퇴원을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치솟은 열로 진료를 계속해야 했다.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진단이 더해졌다. 횡문근융해증은 세포가 괴사해 근육이 녹아버리는 병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독소가 혈류로 흐르면 심할 경우 급성신부전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급성신부전증까지 전이되진 않았다. 하지만 입원 1주일 만에 다리 근육이 마비되며 혼자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병원 측은 “정확한 병명과 원인은 정밀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했다. 3주가 넘게 금식이 이어졌다. 몸은 점점 야위어 갔고 정신도 혼미해져갔다.

지금도 무엇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근육은 얼마나 더 녹아버릴지 알 수 없고 췌장염은 암으로 발병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간질 증상은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른다. 병원비도 눈덩이처럼 불어 입원 한 달 만에 900만원에 이르렀다. 퇴원을 한다고 해도 간병해 줄 사람도 없고 몸 하나 누울 수 있는 조그마한 거처도 없다.

병원 후송에서부터 투크씨 옆에서 그를 지키고 있는 잭씨는 본인의 일까지 중단하고 간호를 하고 있다. 잭씨는 투크씨를 “의리의 사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투크 형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네팔 출신 친구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한국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작은 일이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투크 형은 언제든 손을 내밀어 도움을 줬다”며 “투크 형이 완쾌할 때까지 내가  손과 발이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잭씨의 말에 투크씨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저 고맙다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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