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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 부모나라 언어로 말해요” 이중언어대회 성료일일시호일, 9월19일 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공연장서

일일시호일, 9월19일 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공연장서
‘나의 꿈과 진로’ 주제 한국어·부모나라 언어 발표 이어져
대상 황지은·김수정…김형규 대표 "문화 이해하는 계기로"

“제 꿈은 베트남어 통역사입니다. 엄마는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 소통을 어려워 하세요. 베트남어를 공부해 엄마가 슬플 때나 기쁠 때 말동무가 되어드릴 거예요.”

형형색색 베트남 전통의상을 한껏 차려입은 어린이가 또박또박 발표를 마치자 따뜻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4분 가량 스피치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가는 그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 뒤이어 용이 수놓인 붉은 옷차림의 어린이가 “흠흠” 목을 가다듬자 대중들은 환호와 함께 힘찬 격려를 보냈다. 자신감을 얻었는지, 이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나의 꿈' 주제 발표하는 정명수(중국어, 구곡초 3) 어린이.

9월19일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한국어와 부모나라 언어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제2회 날마다좋은날 전국이중언어 말하기 대회’가 펼쳐졌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진행된 대회에는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비롯해 김형규 일일시호일 대표, 강현덕 가족센터협회장, 이채희 중랑구가족센터장, 박지선 종로구가족센터장, 안진경 성동외국인노동자센터장 등 지역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들에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온 단체장들이 참석해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다문화가정 어린이 20명의 발표를 응원했다.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대표 김형규) 주최·주관, 조계사·봉은사·한국가족센터협회·불교리더스포럼·대한불교진흥원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여명이 넘는 어린이가 지원하고, 베트남 국영 TV에서 취재를 오는 등 많은 관심 속에 성사됐다. ‘나의 꿈과 진로’를 주제로 한국어와 부모나라 언어 각 2분씩 총 4분 간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저학년부와 고학년부로 나눠 진행됐다. 예선을 거쳐 올라온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일본, 루마니아, 스페인, 캄보디아 7개국 어린이 20명이 실력을 뽐냈다.

김형규 일일시호일 대표의 개회사로 대회가 시작됐다. 김형규 대표는 “전국이중언어 말하기대회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잠재력 발굴을 통한 인재육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부모와 자녀 간 소통과 부모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여 다문화 가정에 평화를 불러오고자 마련한 자리”라며 “일일시호일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존중, 통합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 대회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주고자 한다”며 “미래를 이끌어 나갈 어린이들은 각국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는 다양한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한국어와 부모 나라 언어를 공부하며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이완(루마니아어, 서울거원초 5) 어린이는 '나의 꿈은 행복한 소리를 연주하는 것'을 발표하며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였다.
엔터스테이지 컴퍼니 한영훈 마술사가 무대에 올라 ‘버라이어티 매직 쇼’를 펼치며 공연장을 흥으로 가득 채웠다.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러시아인인 어린이는 한국에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발휘했다. 할머니가 중국인인 어린이는 “한중 우호관계의 핵심이 되겠다”는 재치 있는 말솜씨로 대중을 웃음 짓게 했다. 그런가하면 아이돌, 고고학자, 사회복지사, 유치원선생님 등 각자의 꿈과 계획을 발표하고, 어머니가 루마니아인인 어린이는 바이올린을 연주해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고학년부까지 마무리된 뒤 엔터스테이지 컴퍼니 한영훈 마술사가 무대에 올라 ‘버라이어티 매직 쇼’를 펼치며 공연장을 흥으로 가득 채웠다.

이후 심사가 진행됐다. 대회 심사는 중국어 곽뢰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원, 일본어 김현덕 경북대 동서사상연구소 연구원, 러시아어 손현익 한국외대 교수, 루마니아어 엄태현 동유럽발칸연구소 연구원, 캄보디아어 김민저 전 캄보디아BWC어린이마을 사무국장, 베트남어 쩐 카잉 번 베트남 통신사 지사장, 스페인어 유은정 한국외대 스페인어 통번역학 교수가 진행했으며 심정섭 일일시호일 상임이사가 총괄을 맡았다. 한국어와 부모나라 언어의 문법적 정확성과 발음 및 언어 구사 능력의 자연스러움, 발표 내용의 창의성 및 진실성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심정섭 상임이사는 심사평에서 “어린이들의 언어 능력이 워낙 출중해 올해도 심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어린이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말하는지, 이야기를 전하면서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평가했다”고 말했다.

대상을 수상한 고학년부 김수정(베트남어, 안산대월초 6) 어린이 가족.
저학년부 황지은(중국어, 원미초 2) 어린이와 어머니.

대상은 저학년부 황지은(중국어, 원미초 2), 고학년부 김수정(베트남어, 안산대월초 6) 어린이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상은 저학년 남채리(일본어, 새롬초 3)·고학년 이바네사(스페인어 상탑초 5), 우수상 저학년 하지수(베트남어 울주명지초 2)·고학년 심민선(중국어, 인천정각초 4), 장려상 저학년 정명수(중국어, 구곡초 3)·박엔젤(러시아어, 김포구래초 1), 고학년 최드미트리(러시아어, 상산초 6)·김이완(루마니아어, 서울거원초 5)·신대성(캄보디아어, 화랑초 6) 어린이가 수상했다. 이밖에 본선에 진출한 모든 어린이에게 꿈나무상이 수여됐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강현덕 한국가족센터협회장.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이 250만명에 이르고 2050년에는 5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조계사는 법보신문과 함께 이주민들이 우리사회에 잘 정착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병원비, 생활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어능력을 향상해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여러분들을 있게 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부모님들에게 여러분은 그 누구보다 귀중한 보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부모님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스스로 존귀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현덕 한국가족센터협회장도 “오늘 ‘나의 꿈과 진로’를 주제로 발표한 여러분들은 서로를 경쟁자라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다른 문화는 접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한국가족센터협회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꿈을 이루고 멋진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대회를 마친 어린이들은 다음 기회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꿈나무상을 수상한 신유수(러시아어, 서울교대부설초 5) 어린이는 러시아와 미국 등에서 살다가 지난해 1월 입국했다. 때문에 서툰 한국말을 보완하려 대회 전날까지 부단히 노력했으나 긴장한 탓에 할 말을 잊어버려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신유수 어린이 어머니는 “유수는 몇날 며칠을 한국어 읽기에 몰입했다”며 “발표할 때 말을 더듬은 건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신유수 어린이는 “준비를 더욱 열심히 해 다음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는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심민선(중국어, 인천정각초 4) 어린이도 “한국어와 엄마나라 언어인 중국어로 같은 의미를 전달하기 어려웠다”며 “또래들의 유창한 말하기 실력에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일시호일  mingg@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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