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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급성뇌염이 앗아간 쥬안이의 웃음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퐁·스엉씨 부부의 1살 딸 쥬안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퐁·스엉씨 부부의 1살 딸 쥬안
급성뇌염 이어 간질까지…치료비 걱정에 시름만 깊어

베트남 출신 퐁(27)·스엉(24)씨 부부는 병마에 시달려 지친 딸 쥬안(12개월)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하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맑은 웃음을 건네주던 딸이었지만, 이젠 웃음기가 사라지고 큰 눈만 껌뻑껌뻑할 뿐이다. 차라리 여느 아이처럼 아프다고 울고 생떼를 쓰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독한 약에 취한 듯 종일 작은 방에 누워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이들 부부에겐 더 가슴 시리다.

쥬안이 아빠 퐁씨는 2017년 12월 유학생 비자로 한국에 왔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해 정유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였다. 경제개발이 한창인 베트남에서 중화학공업은 유망직종 가운데 하나다. 퐁씨는 부산의 한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어학당에서 비슷한 시기 한국을 찾은 아내 스엉씨를 만났다. 스엉씨는 한국어를 전공해 베트남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 나이는 세 살 적었으나, 스엉씨의 당찬 모습이 퐁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고, 곧 사랑으로 이어졌다. 2년여의 열애 끝에 퐁씨와 스엉씨는 부산 사상구에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의 작은 신혼집을 마련했다. 둘이 눕기에도 비좁은 단칸방이었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퐁씨 부부는 그렇게 낯선 땅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나갔다. 얼마 뒤 스엉씨의 뱃속에 생명이 들어섰다.

10개월 뒤 딸 쥬안이 태어났다. 포도알만큼 큰 눈을 가진 아이였다. 엄마를 빼닮은 쥬안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퐁씨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부부가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지만, 새 식구가 태어나면서 그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퐁씨는 새벽부터 건설현장에 나가 허드렛일을 했다.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비비고, 공사현장의 잡일을 도맡아 했다. 몸은 고됐지만,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와 아내를 생각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만 같았던 퐁씨 가족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찾아든 건 지난해 11월 중순 이었다. 쥬안이는 평소와 달리 아침부터 칭얼거렸다. 미열이 있었고, 오른쪽 눈 위와 입술에 작은 수포들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쥬안은 점점 더 힘들어했다. 급기야 경련을 일으키더니 의식을 잃었다. 급히 앰블런스를 타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응급치료로 의식을 되찾았지만 아이는 곧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40도를 넘어서자 또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퐁씨 부부는 두려움에 떨며 아이를 살려달라고 흐느꼈다. 급히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오랜 검사 끝에 ‘헤르페스바이러스 급성 뇌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빨리 응급처치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2개월 이상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다.

쥬안이는 한 달 뒤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아이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에 안도감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퐁씨 부부로서는 병원비 걱정에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1월13일 퇴원을 앞두고 퐁씨 부부가 내야 할 병원비는 5200만원이었다. 그나마 퐁씨 부부의 딱한 사정을 안 병원으로부터 3000여만원의 감면 혜택을 받은 결과였다. 그렇더라도 건설현장에서 막노동하는 퐁씨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다행히 재한베트남 공동체의 모금과 한 어린이재단의 후원으로 병원비 일부를 해결했지만, 퐁씨 부부는 2200만원의 채무를 안게 됐다.

퐁씨 부부에게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쥬안이가 뇌염에 따른 후유증으로 간질 증상을 보이고, 병원 치료 과정에서 장기가 일부 손상돼 코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음식물과 약을 섭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장기적인 통원치료가 불가피한 상태다.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30만원 이상이 필요한 상태라 앞으로 또 얼마의 치료비가 나올지 예측이 쉽지 않다. 쥬안이를 바라보는 퐁씨 부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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