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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죽었지만 농장 운영 꿈까지 놓을 수 없어”미얀마 이주노동자 티하씨, 봉와직염으로 손등 피부 잘라
성실하게 농장일 하며 보금자리를 마련한 티하씨는 손등 피부가 죽었다. 피부를 이식한 손등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종진 농장주는 고국에서 가족들과 농장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티하씨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농장주 도움으로 수술 받았지만
생활 힘들어진 가족 걱정에 암담

“사장님 덕분에 살았으니 어서 나아 일로 보답해야죠.”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티하(38)씨가 눈물을 글썽이자 옆에 앉아 이 모습을 보던 농장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함께한 지 벌써 5년. 그 사이 정이 많이 든 모습이다.

티하씨는 2014년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왔다. 그는 누구보다 성실했다. 4년10개월 동안 광주의 한 미나리 농장에서 일했다. 고된 농장일 때문에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비자기간 내내 한 농장에서 근속하지 않는다. 일도 일이지만 비정기적인 휴일과 열악한 숙소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티하씨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성실히 일했다.

티하씨는 한국에 있는 동안 사업장을 옮기지 않는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 ‘성실근로자’가 됐다. 비자가 만기 되자 지난 6월, 미얀마에서 이를 연장해 2022년 6월까지 한국 체류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월급 대부분은 가족에게 보냈고, 살뜰한 부인은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았다. 차곡차곡 모아 4년 만에 조그마한 땅을 마련하고 예쁜 집도 지었다. 처음으로 가져본 그들의 보금자리였다.

슬픔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티하씨가 비자연장을 위해 잠시 미얀마에 갔다 한국으로 오던 날이었다. 그는 크게 앓았다. 비행 내내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몸살인가 싶었는데 오른 손등에 작은 물집이 생기더니 부어올랐다. 고름이 터져 나오자 ‘아차’ 싶었다. 농장주 도움으로 병원에 들렀다가 급성 세균 감염증인 ‘봉와직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손등 피부 일부는 이미 괴사 상태였다. 염증이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손등 살을 거의 대부분 제거했고, 오른쪽 팔뚝 살가죽이 다 파헤쳐 졌다. 피부 이식이 시급했다. 팔뚝에서 피부 일부를 떼어내어 손등에 봉합했고 팔뚝에는 허벅지 일부를 떼어내 붙였다. 다행히 패혈증까지 가지 않고 감염을 막았다. 농장주의 발 빠른 대처 덕분이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티하씨의 앞에는 1500여만원이라는 병원비가 놓였다. 1년간 아끼고 아껴도 모으기 힘든 금액이다. 이 큰돈도 농장주가 처리하고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이종진 농장주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를 만났지만 티하씨처럼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노동자는 처음”이라며 “일을 배워 전문적인 농업기술을 고향 친지들에게 전수하고 싶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수술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티하씨는 식물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농사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벼농사로 겨우 먹고 살았다. 한국에 오면서 그 힘들다는 농장을 택한 것은 돈만 버는 것이 아닌 농업 기술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티하씨의 꿈은 고급 작물 재배법을 배워 이를 미얀마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홀로 병든 시부모님을 모시며 고된 농사일을 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그 꿈은 더욱 절실하기만 하다.

티하씨는 앞으로 최소 4개월 매주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피부가 수축하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보다 일을 시작할 때까지 고향에 돈을 보내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 완쾌될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한 농장주가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티하씨는 매일 밤 같은 꿈을 꾼다. 미얀마에서 가족들이 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꿈이다. “꿈이라도 잠에서 깨면 기분이 좋다”며 웃는 티하씨는 농장 한편에 마련된 숙소에서 유난히 더운 올여름을 그렇게 이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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