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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촌’에 세운 교육 보금자리, 악취를 희망으로 바꾸다어린이구호 NGO 굿월드자선은행, 필리핀에 교육시설 3곳 설립
명궁데이케어센터에 입학한 신입생들의 표정에 기쁨이 가득하다.

스테파노․문덕․명궁 데이케어센터서
7월9,10일 신입생 493명 입학식

출생신고도 없던 빈민촌 아이들에
기초교육으로 초등교 입학길 열어

“마간당 우마가 뽀(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초롱한 눈망울에 단정히 빗은 머리, 유독 하얀 교복 옷깃이 커다란 아이들의 눈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다. 아이들은 두 팔을 힘껏 추켜들고 병아리처럼 입을 모아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스님의 커다란 손을 잡아 자신의 이마에 대며 최고의 존경을 표하는 아이들도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국경과 인종, 언어와 종교의 차이를 넘어 자비와 나눔 속에 세계일화가 꽃피는 순간이다.

필리핀 저소득 빈민층 어린이 구호와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 어린이 구호 NGO 굿월드자선은행(대표 덕문 스님)이 필리핀 빈민촌에 설립한 데이케어센터서 열린 신입생 입학식은 축하와 희망이 어울린 환희의 축제였다. 생전 처음 교복을 입고 교실에 발을 딛게 된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눴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아빠의 얼굴은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가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빛났다. 산페드로시에 위치한 사우스빌의 스테파노데이케어센터와 사우스사이드의 문덕데이케어센터, 그리고 카비테시 파바하이의 명궁데이케어센터에서 7월9, 10일 잇따라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다. 굿월드자선은행 대표 덕문 스님(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을 비롯해 대구 흥교사 한주 명궁 스님 등 한국에서 온 굿월드자선은행과 조계종 19교구본사 화엄사 관계자들은 이틀간 3곳의 데이케어센터서 열린 입학식에 동참, 신입생들을 환영하고 교육환경과 운영 실태 등을 점검했다.

데이케어센터가 위치한 산테드로시와 카비테시는 마닐라 등 대도시서 강제 이주당한 도시빈민들의 정착촌이다. 산페드로시는 특히 마닐라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집하장이 자리하고 있어 ‘쓰레기마을’로도 불린다. 사우스빌이라는 정식 이름 대신 ‘쓰레기마을’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유다. 사우스빌 외곽에는 이주대상에도 들지 못한 극한의 빈민들이 모여들어 또 다른 판자촌을 만들었다. 이들은 쌓여있는 쓰레기더미 위에 자리를 잡고 쓰레기장에서 찾아낸 폐자재를 이어 붙여 집을 지었다. 마을은 주소도, 이름도 없이 그저 ‘남쪽 마을의 외곽’이라는 의미로 ‘사우스 사이드’라 불린다.

이들은 쓰레기 재활용 업장에서 일거리를 찾거나 쓰레기더미 속에서 쓸 만한 것을 찾아내 생계를 이어간다. 특히 무허가 판자촌인 사우스 사이드의 주민들은 출생신고도, 주민등록도 없이 평생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도, 의료혜택도 모두 먼 나라 이야기다. 그렇게 흔적 없이 흘러가는 삶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되고 있다. 그러던 마을에 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서면서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길이, 주민들에게는 미래세대에 대한 희망이 꿈틀대고 있다.

굿월드자선은행이 설립, 운영 중인 데이케어센터는 3~4세 어린이 대상 공교육기관으로 우리나라의 유치원에 해당한다. 필리핀에서는 데이케어센터서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등을 교육한다. 데이케어센터를 졸업하지 못할 경우 초등학교입학 자격에 제한을 받는다. 데이케어센터가 문을 열면서 이곳 아이들에게도 초등학교 입학의 길이 열린 셈이다. 또 모든 데이케어센터 내에 주방시설을 갖추고 학생들에게 매일 무료급식을 실시, 균형 잡힌 성장도 지원하고 있다.

첫 입학식은 7월9일 스테파노데이케어센터에서 진행됐다. 굿월드자선은행이 2014년 필리핀에 설립한 첫 데이케어선터로 올해 여섯 번째 입학생을 맞이했다. 180명의 신입생들은 3개 교실에서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공부한다.

덕문 스님은 축사에서 “5년 전 필리핀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해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이곳에 데이케어센터를 지었다”며 “매년 180여명의 어린이들이 무사히 교육을 마치고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노력한 선생님들과 데이케어센터 운영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준 산페드로시의 관계자들 덕분”이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산페드로데이케어센터의 교사 욜리씨는 “데이케어센터는 이곳의 아이들뿐 아니라 주민들이 삶에도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며 “올해 졸업생 180명 가운데 160명이 초등학교에 진학했다. 데이케어센터가 없었다면 초등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을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해주었다”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직 입학연령이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사실상 산페드로데이케어센터 졸업생들의 초등학교 진학률은 100%에 달한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나연 굿월드자선은행 필리핀 매니저는 “아이들이 데이케어센터를 다니면서 학부모 모임도 만들어지고 자체적으로 센터 내에서의 자원봉사도 참여하게 된다”며 “아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인식도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사우스사이드에 위치한 문덕데이케어센터에서 입학식이 열렸다. 필리핀 내에서도 가장 생활환경이 열악한 빈민촌인 사우스사이드는 쓰레기더미 위에 무허가로 형성된 빈민촌이다. 2017년 문덕데이케어센터가 이곳에 문을 열 당시 아이들은 대부분 출생신고조차 돼있지 않은 상태였다. 굿월드자선은행은 신입생 입학에 앞서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지원했다. 그렇게 입학한 120명의 신입생들은 1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80여명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놀라운 성과를 일궜다.

올해 셋째 아이를 입학시킨 사우스 사이드 주민 지나씨는 “첫째 아이는 데이케어센터가 없어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문덕데이케어센터를 졸업한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에 진학했다. 올해 입학한 셋째 아이도 반드시 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규환 굿월드자선은행 사무국장은 “비혼․편부모 가정과 10대 출산이 빈번한 사우스사이드 마을에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한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문덕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서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주민들에게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변화를 전했다. 올해 입학식에도 120여명의 정원을 가득 채우며 악취와 오폐수로 얼룩진 사우스사이드에도 한국불교계가 전해준 희망의 빛이 깃들고 있다.

명궁 스님의 후원으로 파바하이 마을에 설립, 지난해 개원한 명궁데이케어센터 입학식은 7월10일 진행됐다. 이곳 역시 강제이주당한 도시빈민들의 정착촌으로 특히 하천을 따라 형성된 빈민촌과 인접해 있다.

명궁데이케어센터는 당초 정원이 180명이었지만 입학희망자가 몰리면서 올해 신입생은 193명에 달했다. 입학식에는 신입생 학부모들이 준비한 축하공연도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데이케어센터가 문을 열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된 어머니들은 한국에서 찾아온 기적 같은 도움의 손길에 활기찬 공연으로 화답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톨릭국가로 손꼽히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불교와 스님은 낯선 종교, 낯선 모습이지만 자식을 공부시킬 수 있게 된 부모들은 종교의 차이를 넘어 아낌없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신입생 학부모 미카엘씨는 “데이케어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 모두가 이곳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한다”며 “멀리 한국에서부터 우리 마을까지 찾아와 준 한국의 스님들과 굿월드자선은행은 이 마을에 가장 큰 선물”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명궁 스님은 “쓰레기더미가 산처럼 쌓여있던 이곳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니 더없이 기쁘다”며 “신입생은 180명이지만 아이들이 불러오는 활기는 이 마을 주민 모두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명궁 스님은 “출가수행자로 살면서 입은 시은을 이곳에 갚은 것이 평생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라면서 “명궁데이케어센터를 아이들의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준 선생님들과 굿월드자선은행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굿월드자선은행은 각 데이케어센터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교복과 교육자재, 교육비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입학식에서는 교과서와 노트, 필기구 등 학용품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또 화엄사어린이법회 자부모회가 옷과 손수건 및 후원금을 굿월드자선은행에 전달, 이곳 아이들이 필리핀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로 성장하길 기원했다.

덕문 스님은 매년 입학생 전원을 무사히 졸업, 초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도한 데이케어센터 3곳의 교사 등 관계자 17명에게 격려금을 전달하며 아이들 지도에 더욱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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