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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건진 아이 “병명이라도 알고 싶다”조계사·화계사·일일시호일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시드미라 세 가족이 서울 조계사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스리랑카 출신 시드미라(4)의 탄생은 순조롭지 않았다. 임신 기간 내내 임신 중독증을 앓았던 엄마 아니샤(33)씨는 임신 34주 무렵 급격히 상승한 혈압으로 돌연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만 했다. 뱃속 아이의 심장이 멈춘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긴급하게 진행된 수술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숨을 쉬고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빠 수미스(36)씨는 ‘달(moon)’ 의미가 깃든 이름을 지어줬다. 시드미라. 밝은 빛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갑작스런 임신 중독 악화
사산 위기 구사일생 출산
2살 때 뇌성마비 판정
아직까지 운동·인지 못해
정밀진단 받으러 한국행
“치료비 없어도 포기 못해”

시드미라는 예쁘게 자랐다. 큰 눈을 깜박일 땐 마치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아니샤씨는 시드미라의 몸 상태가 간혹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저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과정이 늦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상한 느낌은 더 커져만 갔다.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머리를 제대로 가누지 않았고 반년이 지나도 혼자 앉질 못했다. 돌이 다 됐지만 걷기는커녕 기는 것조차 하지 못하자 엄마 아니샤씨는 무서워졌다. 남편 수미스씨가 옆에 없었기에 두려움은 더 커졌다. 수미스씨는 2008년부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태어난 지 1년이 넘어서야 찾은 병원에서 시드미라는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비정상적인 출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뇌가 손상된 것 같다는 병원 측 설명에 아니샤씨는 눈물을 쏟았다.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그녀를 괴롭혔다. 넋을 놓은 채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혼 6년 만에 얻은 소중한 아들이었기에 아픔은 더 컸다.

시드미라를 쓰다듬으며 눈물짓기도 수십 번. 절망에 빠진 아니샤씨를 다시 일으켜 세운 이는 그래도 새근새근 숨을 쉬고 있는 시드미라였다. 작은 몸이었지만 고사리 같은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엄마에게 눈을 맞추고 있었다.

“며칠 동안 넋을 놓은 채 울기만 했던 제 모습을 시드미라가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미안한 마음이 사무쳤어요. 그날부터 매일 시드미라의 몸을 주무르며 체온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언젠가는 다른 아이들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길 매일 기도하면서요.”

스리랑카 병원 측은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뇌성마비라고하기에는 시드미라의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시드미라는 4살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 씹을 수도, 제대로 삼킬 수도 없어 물과 곱게 간 음식만 겨우 넘길 뿐이다. 키는 훌쩍 자랐지만 몸무게는 10kg 내외일 뿐이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그저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 4년간 수미스씨는 월급 대부분을 스리랑카로 보냈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큰 결단을 내렸다. 시드미라를 한국으로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적장애에서부터 시청각장애까지 합병증이 동반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한국의 선진화된 의료기술에 희망을 걸고 싶었다. 고향에서 아내 홀로 짊어진 짐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2월 한국에 온 시드미라는 수원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시작했다. 앞으로 검사비와 치료비 거기에 생활비까지 얼마나 들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병명도 제대로 모른 채 포기할 수는 없다.

수원 인근 인쇄공장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수미스씨는 일감이 없어 최근엔 월급을 100만원도 받지 못한다.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날이 무거운 납덩이처럼 시드미라 가족을 짓누르고 있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은 채 오늘도 세 가족은 건강한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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