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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대물림 끊으러 한국 왔지만 병마에 덜컥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왓니씨, 심부전·말기신장병으로 혈액 투석 중
일주일에 세번씩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왓니씨. 수술비가 없어 이식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이었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왓니(42)씨는 자식들을 자신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부양해야 될 식구만 다섯 명. 그러나 배운 것이 없어 변변한 직업하나 구할 수 없었다. 동네주민의 도움을 받아 작게나마 농사를 지었지만 그마저도 입에 풀칠만 겨우 할 정도였다.

“가난했기에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서러웠죠. 어린마음에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저와 같은 삶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왓니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시로 향했다. 그러나 도시는 더 차가운 곳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순노동뿐이었다. 어느 날 동료로부터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되면 가족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도 시킬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에게 한국은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진 가족들을 건져올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2014년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시흥에 위치한 미나리농장에 취업했다. 무릎 꿇은 채 물 속에서 미나리를 채취하는 고된 일이었다. 강행군은 매일 12시간씩 이어졌다. 몸은 녹초가 됐지만 가족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이 있었기에 외로움도, 괴로움도 잊은 채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고된 노동에 비해 월급은 많지 않았다. 동료들도 하나, 둘 이탈해갔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미나리농장에서 근무했다. 이렇게 4년10개월. 왓니씨는 성실근로자가 됐다. 한국에서 한 번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가족을 위해 돈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월급은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외한 채 고국으로 보냈고, 가족의 삶은 조금씩 나아졌다. 자식들이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비자갱신 차 들렀던 캄보디아에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런 왓니씨의 행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얼굴은 물론이고 다리는 옷을 입기 힘들 정도로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눈앞이 흐릿해지는 일도 잦았지만 피곤 때문일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날이 갈수록 통증은 심해졌다. 추방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점점 수척해지는 왓니씨의 얼굴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가 건강검진을 권유했다.

2020년 5월 ‘죽기 직전’에야 겨우 병원 문을 두드렸다. 검진결과 말기신부전과 심부전이었다. 신장기능이 2%밖에 남지 않았을 뿐더러 심장비대도 진행 중이었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왓니씨는 죽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캄보디아 행을 택했다. 그러나 의료 환경이 열악한 캄보디아 병원 측에서는 난색을 표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머물면서 약물치료와 신장 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 왓니씨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현재 왓니씨는 안산에 위치한 쉼터에 거주하며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 살기 위해선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이식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이런 왓니씨의 손을 잡아준건 다름 아닌 아내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에게 비행기표는 물론 2000만원이 넘을 수술비와 병원비는 감당할 수 없다.

왓니씨는 가족을 책임질 수 없다는 죄책감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가난을 물려주기 싫어 고향을 떠나 타국에 온지도 어언 8년.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현실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우리가족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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