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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서 일하다 비료차에 하반신 깔린 20살 청년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수라씨, 한국온지 3개월 만에 대형 사고
지난해 12월,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스무살의 수라는 강원도 홍천 인근 사과농장에서 일하던 중 큰 사고를 당해 척추와 치골, 늑골이 골절됐다. 한달 반동안 누워만 있다 최근 들어 보조기를 이용해 한 걸음씩 발을 떼기 시작했다.

척추 등 골절 병원비 4500만원
사고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도

“아마, 머 슨쩌이 추 삐르 너걸 누스. (엄마,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고향에 계신 엄마와 영상통화를 나누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수라(20)의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지난해 12월 말 한국에 온 후 엄마와 처음으로 시도한 영상통화다. 수라는 아픈 몸보다 병원 침대에 누워 통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엄마가 느낄 불안함이 더 걱정이다. 엄마에게 연신 자신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는 보조기 없이는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몸이 성치 않다. 한국에 온 지 2달 만에 겪은 대형사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수라는 그날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문뜩문뜩 공포감이 엄습해 올 때면 숨이 턱턱 막힌다.

지난해 12월,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스무살의 수라는 강원도 홍천 인근 사과농장에서 일하던 중 큰 사고를 당했다. 비료를 뿌리는 차를 운전하던 중 차가 뒤집혀 떨어진 것이다. 허리 아랫부분이 수 톤에 달하는 차에 깔렸다. 하반신이 뭉개지는 사고로 척추와 치골, 늑골이 골절됐다. 골절뿐만 아니라 흉강과 복강 안에 피가 찼고 척수도 손상됐다. 농장에서 일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3월 초의 일이다.

수라가 정신을 차렸을 땐 수술을 모두 마치고 난 후였다. 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을 하고도 한참을 깨어나지 못하다 눈을 떴다. 사고 후 며칠이 지나있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았다. 하지만 몸보다 더한 마음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4500여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병원비가 수라의 눈앞에 놓인 것이다. 한국에 온지 3개월, 월급이라고는 딱 한 번 받은 게 전부인 수라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액수였다. 주변의 도움으로 일단 1500만원을 납부한 상태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천장만 바라보며 한 달 넘게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루 종일 눈만 껌벅이고 있다 보면 병실 천장에 사고 당시 모습이 그려졌어요. 그럴 때마다 눈을 질끈 감았지요.”

하지만 끔찍했던 순간은 꿈속에까지 따라왔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결국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느껴지는 불안과 공포는 수라씨를 계속 움츠리게 만든다.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병문안을 올 친구도 없다. 농장주도 수술 후 한두 번 찾아온 게 전부다. 한국말이 서툴러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을 이도 없었다. 담당의사는 의지를 갖고 재활치료를 한다면 곧 걸을 수 있다고 응원했다. 한 달 반 정도를 누워만 있다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스스로 앉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뼈마디가 무너져 내리는 통증에도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났다. 얼마전 보조기를 이용해 한 걸음씩 발을 떼기 시작했다. 지금은 보조기로 화장실을 혼자 갈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다.

“빨리 일어서서 다시 일해야지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두 동생을 생각하면서 참고 이겨내겠습니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수라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어를 공부한 것은 모두 동생들을 위해서였다. 그림을 잘 그리는 남동생과 동물을 좋아하는 여동생을 힘닿는 데까지 공부시키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탄 그다. 수라에게는 동생들이 자신의 ‘꿈’이다.

지금도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로 14시간이 걸리는 퓨탄(Pyuthan)이라는 작은 산골 마을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두 동생이 수라의 건강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쌓여만 가는 병원비와 재활의 고통이 그를 억누르지만 힘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 725-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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